아시안컵이 끝났습니다. 타이틀 그대로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처럼 끝났습니다. 조예선에서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인 클린스만 감독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너무 충격적인 엔딩이라 뭐라 할 말이... 16강전 사우디, 8강전 호주 톱시드 국가를 연달아 이기면서 경기력도, 기세도 올라온 터라 결승행을 의심한 사람들 거의 없었을 텐데, 정말 충격적인 마지막 경기가 됐습니다.
주요 뉴스 모음의 타이틀만 봐도 경기력이 어땠는지,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축구를 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특히 아시안컵에서 2007년 이후유효슈팅 0 개인 경기는 처음이라는 기사는 정말 충격적입니다. 한 때 슈팅영개라는 비난을 받으며 월드컵 최종예선 직전에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에도 아시안컵 경기는 이렇지 않았고, 심지어 조별에선 라운드는 무실점으로 통과하기도 했죠. 최종순위는 준우승으로 2위를 차지했구요. 슈팅영개라던 그 암흑기 보다 더 못한 축구를 한 셈입니다.
볼 점유율이 33%:67%인데 유효슈팅이 7:0이란건 얼마나 엉망인 축구를 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축구를 점으로 시작해 선을 긋고, 그 선으로 면을 만들어내는 스포츠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제 경기는 면은 고사하고 선마저 제대로 그어지지 않았습니다. 11개의 점만 그라운드에 존재하는 상황이니 영리하게 면을 잘 만들어낸 요르단에게 철저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흥민, 이강인이란 월클 레벨의 선수가 있어도 그저 두 개의 점으로 존재하면 고립될 수밖에 없는 게 축구죠. 그리고 김민재의 부재를 탓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물론 김민재가 월클 레벨의 센터백인 건 사실이지만 그 선수 하나 빠졌다고 수비 조직이 이렇게 무너지는 건 말이 안 됩니다. 2년 전 카타르에서 부상으로 김민재가 빠진 상황에서 포르투갈을 잡으며 16강을 확정한 벤투감독을 생각해 보면 단순히 선수 탓을 하기엔 무리가 있는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선수를 기용해하는 건 결국 감독의 지략이고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아시안 컵은 이렇게 충격적인 참사로 끝나버렸고, 이젠 클린스만과 축구협회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쓰라린 패배에 눈물짓는 선수들 앞에서 웃으며 요르단 코칭스태프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내는 감독의 모습은 정말 괴이한 그림이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축하는 상황이 정리된 후 오피셜 인터뷰 자리에서 간단한 멘트로 언급해도 충분하니까요. 일단 선수들을 위로하는 게 한국팀 감독으로서 먼저 할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부임 초기부터 국내에 거주하지 않고 사실상 랜선근무로 빈축을 샀던 것부터 아시안컵에서 보인 경기력과 감독으로서의 능력, 그리고 우선순위가 무너진 행동까지. 도대체 축구협회는 무엇을 기대하고 클린스만을 선임했는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감독의 능력은 물론이고 워크에식마저 엉망이란 상황 같아서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북중미 월드컵에선 이런 경기 보고 싶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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