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빵의정석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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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빵의정석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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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정석을 좋아했다. 아니 여전히 좋아한다. 과거형을 쓴 건 이제 쉽사리 갈 수 없는 가게가 됐기 때문이다. 빵의정석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아마도 2016년 봄 정도로 기억한다)는 적당히 한가해서 좋았는데. 2015년 여름에 생긴 밀도에 줄과 웨이팅을 하게 된 순간 대안을 찾은 가게가 빵의정석 이었으니까. 아래  글은 SNS에 기록한 그 당시 감정이다. 

 

『최근에는 빵의정석을 간다. 물론 밀도도 여전히 맛있고 훌륭한 빵집이다. 하지만 이제 무언가 놓아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밀도를 지나칠 때마다 길게 늘어서 줄을 보며, "오픈할 때 즈음인 2015년 10월이 좋았는데"라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괜한 원년 팬의 삐침이랄까... ㅎㅎㅎ. 그래서 최근엔 주로 빵의정석을 간다. 오후 6시 즈음에 가면 항상 빵이 거의 다 떨어질 정도로 장사가 괜찮게 되지만 줄을 서거나 번잡하지 않아서 적당히 동네 빵집 같고 좋다. 물론 가끔 사려고 했던 빵이 매진되어 다른 것을 사거나 돌아올 때도 있지만... 』

 

빵의정석. 오픈초반 사진이라 익스테리어도 소품도 다 깔끔하다. 

아무튼 그렇게 빵의정석은 단골가게가 됐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출근 도장 찍듯 갔으니까. 그리고 그때가 한찬 빵에 눈을 뜨던 시기라서 더 자주 갔었다. 프랜차이즈 빵에서 개인숍으로 넘어가던 시기. 맛있는 빵을 먹고 싶은 마음에... 물론 프랜차이즈 빵집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빠바는 여전히 가니까. ㅎㅎㅎㅎ. 맛있는 빵을 먹는다는 건 크래프트 비어에 빠져드는 것과 비슷한 속성이 있는 것 같다. 비슷한 돈을 내지만 양보다 맛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것. 빵의정석에서 두 어개 정도 사면 만 원 안팎의 비용을 낸다. 만 원으로 프랜차이즈 빵집에 가면 더 많은 양을 먹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오픈당시 간판과 현재 간판모습. 

빵의정석 간판은 측면에 아주 간결하게 베이킹 도구를 붙인 형태로 구성했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공간을 상징하는 것 같아서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오는 간판이기도 하다. 반죽 밀대와 셰이커를 달아둔 것이 귀염 포인트 이자 상징적인 오브제 같아서. 오픈 당시엔 깔끔했는데 이제 밀대에 적당히 때가 탔다. 시간이 만든 흔적이자 전쟁터 같은 성수동 상권에서 오래 버틴 훈장 같은 거라서 대견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간판에 반복적으로 쓰인 빵의정석이란 문구는 가게를 처음 열었던 사장님 두 분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이다.(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겠지만) 이는 빵의정석을 한참 많이 다닐 때 사장님들에게 들은 이야기다. 가게 주인의 이름을 새겨 정석이란 이름을 만든 건 일종의 낙관이라고 생각했다. 맛있는 빵을 제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찍는 낙관. 그래서 빵 봉투에 찍힌 빵의정석이란 도장은 마치 합격 인증을 받은 느낌도 있어서 재밌다. 

 

빵의정석에서 제일 즐기는 나의 시그니처 메뉴. 

빵의정석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단연 사라다페츄와 올리브스틱이다. 그리고 힘이 좀 떨어졌을 때 먹고 싶은 건 버터프렛즐. 특히 버터프렛즐은 바닥까지 떨어진 혈당을 일순간에 끌어올려 줄 것 같아서 빵순이 들의 보양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메뉴다. 혈관에 에너지를 주유하듯 뿜뿜 밀어 넣을 것 같아서. 올리브스틱과 사라다페츄는 표면에 바른 시즈닝부터 이미 게임 끝이라 한입 먹는 순간 기립박수를 치고 싶어질 정도로 맛있다. 둘 다 식사로 먹어도 될 밥 대용 빵이기도 하고. 물론 디저트를 찾는다면 빨미까레, 애플, 혹은 커스터드 크라상을 찾는다. 특히 애플은 진짜... 두말하면 입 아프다. 쓰다 보니 또 먹고 싶어서 다음 주에 한번 가야지. 이제는 줄을 서야겠지만, 그래도 감수하고 먹고 싶은 맛. 여전히 빵의정석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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