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지막 날이 밝았다. 커피식탁 시즌2의 마지막 날. 마치 시즌제 드라마의 마지막 회처럼 아쉽게도 금방. 내일부터 당장 “모닝커피를 어디서 마셔야 하나?”라는 약간의 걱정이 몰려오지만. 그래도 다시 만날 날이 있을 테니까 섭섭한 마음이 그렇게 깊은 건 아니다. 이건 시즌1의 효과인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곧 시즌3가 시작될 테니까.
커피식탁은 참 묘한 카페라고 할 수 있다. 주인이 바뀌는 데도 공간은 그대로라는 점. 시즌제로 반복되는 드라마처럼. 그래서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하는 심정이 드는 것 같다. 커피식탁의 시즌1 사장님에게 이곳을 그만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진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그대로 이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 카페 이름과 공간, 간판은 물론이고 심지어 원두까지도.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단골손님에겐 굉장히 고마운 일이었다. 커피식탁 시즌1이 이룬 업적과 색채는 일종이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마지막 날 시즌2를 생각해 보면 그런 부분을 굉장히 멋지게 극복하며 잘 해온 것 같다.
커피식탁 시즌2는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한결같이 기분 좋은 공간이었으니. 커피식탁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 아니었다. 아침을 깨우는 공간이었고, 때로는 굉장히 감정이 진폭이 요동칠 때 잠잠하게 다스리는 곳이기도 했다. 출근과 동시에 직장 동료에게 했던 말들(“가야지!”, “한 잔 하고 오자”, “레쓰고 레쓰고!”)은 커피식탁에서 모닝커피를 마시자는 사인이었다. 성수동엔 카페가 셀 수도 없이 많고, 다양한 공간이 존재하지만 모닝커피는 항상 커피식탁 이었다. 거리가 가까운 점도 있었지만, 항상 갈 때마다 기분 좋게 사무실로 돌아올 수 있어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한결같이.
커피식탁의 시즌1 때는 데면데면한 손님이었다가 점점 단골로 발전했다면 시즌2는 대놓고 단골이었다. 가오픈 기간에 처음 갔을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장님이 나에게 했던 첫마디는 “단골손님이시죠?”이었다. 그리고 부족한 게 있으면 다 이야기해달라며 커피를 내줬다. 내가 뭐라고 나한테 이러나 싶었지만, 내심 엄청 기뻤고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했다. 사려 깊게 말을 하려고 단어 선택에 굉장히 심혈을 기울였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단골손님이라도 참견이나 오지랖처럼 느껴지면 안 되는 거니까.
겨울의 끝자락부터 시작해서 아메리카노의 맛이 잡힐 무렵 아이스의 시즌이 돌아왔고, 다시 맛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묵묵히 응원는 맘으로 기다렸다. 얼죽아가 아니라도 아이스를 찾는 한여름이 시작되는 어느 날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제대로 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그제야 용기를 내서 맛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매일매일 원두 양을 바꿔가면서 테스트를 했는데 드디어 된가 같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왜 이렇게 빠르게 맛이 잡혔는지 알 수 있었다. 커피 맛에 대해선 진심인 사장님.
그때부터 사장님이 내리는 커피를 오리지널스라고 불렀다. 커피란 꽤 까탈스러운 면이 있는 희한한 음료라서 같은 원두, 같은 레시피로 내려도 맛이 달라지니까. 그런 점을 명확하게 느낀 건 사장님이 출산과 함께 휴가로 가게를 잠시 비웠던 시간이었다. 물론 사장님과 처음부터 시즌2를 같이해온 크루 다미님의 커피는 여전히 오리지널스였지만, 새롭게 합류한 크루의 커피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다.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JMT 까진 아니랄까. 사장님이 다시 복귀해서 오전 타임을 담당했을 때 굉장히 기뻤다. 모닝커피를 되찾은 것 같아서.
하지만 역시 시간은 가고 뭐든 이별이 다가오듯, 시즌2도 끝을 항해 달렸다. 바뀐건 시즌1 때 이미 한 번 경험을 해서 그런지, 아쉬움이 덜 하다는 점이다. 아쉬움이 덜한 이유는 결국 시즌3에 대한 기대감과 사장님이 언젠가 새로운 공간을 열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시즌1 사장님들이 그랬듯.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결같이 기분 좋은 공간을 만들어준 사장님께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수고하셨다는 이야기도.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면 꼭 알려달라는 것도. 그리고 다가올 커피식탁 시즌3도 역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커피식탁 시즌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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